<초학제 독립 연구단>

감정 - A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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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주제

 

감정 (Affect)

 

연구진
- 연구책임자 : 박만규 (아주대 , 언어학 )
- 기획위원

정명교 (연세대 , 국문학 )
신효필 (서울대 , 전산언어학 )
이상욱 (한양대 , 철학)
백은주 (아주대 , 생리학 -신경과학 )
최원일 (광주과기원 , 심리학 ) :
이윤형 (영남대 , 심리학 )
김태훈 (경남대 , 심리학 )
한수연 (서울예술대 , 생물학 , 교육학 )
- 연구조원 : 배공주 (아주대 , 국어학 )

 

 

연구기간
1차년도 : 2022년 5월~2022년 12월
2차년도 : 2023년 1월~2023년 12월
3차년도 : 2024년 1월~2024년 4월

 

 

1. 연구의 목적과 배경

감정 없는 인간과 감정이 배제된 삶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은 삶의 핵심이고 인간의 주성분이다. 그러므로 여러 학문에서 그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감정은 심리학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기본적인 연구 주제를 구성하고 있고, 언어학에서도 감정이 어떻게 어휘화되어 있는지, 각 어휘는 어떤 의미․통사적 속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의미와 통사의 대응 양상이 어떠한지를 밝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감정은 대개 언어에 의해 유발되고, 드러나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은 생리학과 뇌신경학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를 이루고 있는데, 생리학에서 감정이란 기본적으로 신체반응 현상으로 간주되고, 뇌신경학에서 감정은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자극에 대한 화학적 반응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각 학문 분야에서 아직 감정은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부분이 많다. 이는 감정이 그만큼 복합적인 연구 대상이어서 하나의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결코 그 전모를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감정을 연구하는 여러 학문이 함께 모여 통합적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왕 연구를 시행할 것이면 학계와 산업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그리고 거기에 학문의 대중화를 더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라, 감정(정서)에 관한 학술성과 산업응용성, 그리고 대중성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하려 한다.

각 연구자가 서로 상대방의 학문 분야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지식을 갖출 때 시야가 넓어져 새로운 관점과 정보를 얻게 되고 이는 새로운 기술과 분석 및 설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하여 기존의 이론에 설명력의 증대를 가져오게 한다. 한 학문 분야 내에서 여러 개의 이론이 경합하여 그 어느 것이 우위를 점하지 못할 때 다른 학문 분야의 지식의 획득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의 이론을 선택하게 해 준다.

또한 한 학문 분야의 일반적 지식, 원리, 기준, 범주 등은 다른 학문 분야에 분석도구의 역할을 하게 되고 이는 다시 그 학문 분야의 이론 검증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이성, 인지(지적 과정)와 대립하는 ‘감정’ (affect)을 ‘정서, 기분, 느낌’의 총칭어로 쓰고 있다. 여기서 정서(emotion)란 선행사건에 의해 발생한 심리적 상태로서 비교적 짧은 지속을 가지는 반면, 기분(mood)은 선행사건이 뚜렷하지 않으며 비교적 긴 지속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는 심리학의 관행을 따라 ‘감정’을 총칭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흔히 일반에서 감정과 혼용하여 쓰는 ‘감성’은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자극을 뇌가 수용하는 능력이나 성질을 말한다. 따라서 이는 본 연구의 대상인 감정의 전제에 해당하는 활동이므로 직접적으로는 우리 연구의 대상이라 할 수 없지만 인접한 활동이므로 이를 배제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함게 연구한다.

우리는 연구대상을 크게 9가지 주제로 범주화해 보았다.

 

1. 감정의 정체성, 인접 범주와의 구분과 상호 관계 및 하위분류

2. 언어 구조와 감정의 표현 양식

3. 인지와 정서의 관계

4. 정서의 인식

5. 정서의 표현

6. 이차 정서의 인지과학

7. 감정의 과학적 본질

8. 감정, 삶과 문화

9. 감정과 자연어처리(NLP)

 

각 주제에 대해 최대한 많은 학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각 주제에 관한 논점들은 ‘IV. 가능한 주제들’에 소개해 두기로 한다. 다만 여기서는 두 가지 주제를 그 예시로 제시해 보기로 한다.

우선은 ‘8. 감정, 삶과 문화’ 중에서 다룰 수 있는 ‘은유’의 문제이다. 어느 언어에서나 감정은 개념은유의 대상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는 언어권별로 보편성을 띄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감정 표현에 있어서의 보편성을 발견하게 해 주고 후자는 언어권의 특성을 잘 드러내게 해 준다.

예를 들어 한국어와 영어에서는 ‘분노’가 ‘불’과 ‘용기 속 액체의 열’로 개념화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분노는 불(火)이다 : Anger is fire.

분노가 ‘불타다, 타오르다, 식다, 싸이다, 휩싸이다, 들쑤시다, 오르다, 터지다, 폭발하다, 터뜨리다, 폭발시키다, 견디다, 다스리다, 죽이다, 무너지다’

•Anger is the heat of a fluid in a container.

분노가 ‘넘치다, 밀려오다, 일다, 일어나다, 끓다, 출렁이다, 식다, 가라앉다, 가라앉히다, 빠지다, 빠뜨리다, 쏟다, 퍼붓다, 젖다, 마르다, (용기) 깨어지다, 깨다’

 

다양한 은유표현들의 심리적 구조를 규명해 내는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은유가 단순히 비유의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감정을 지배하여 사고와 행동에 변화를 초래한다는 실험적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철학적으로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은유는 전통적으로 수사학의 본질적 분야일 뿐 아니라, 문학적 기법이면서,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등은 은유를 일상언어 그 자체의 작동방식으로 보고 있고, 심리학에서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중요한 주제이다. 그러나, 각 분야마다 관점이 상이하다. 그런데 서로의 의견을 모으다 보면, 하나로 모이는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

문학에서도 은유를 그냥 비유로 보지 않는다. 물론 모든 비유가 그냥 비유(즉 장식)가 아니라, 모두 특정의 무의식적 기도를 품고 하는 전략적 언어구사이다. 그것은 문학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그 가운데에서도 은유는, 문학에서는, 기법 중의 기법이라 보고 있고, 그 은유를 어떤 깊이(혹은 높이)로 달성하느냐에 따라, 해당 문학 작품 혹은 작가의 심리적 깊이와 정신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문학에서 은유를 신적 창조에 버금가는 행위로 본다면, 레이코프 같은 언어학자는 이를 일상의 평범한 언어작용이라고 보는데, 그것을 일상인의 무의식과 작가의 무의식 사이의 연동 문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은유는 이처럼 문학과 언어학에서뿐 아니라, 수사학, 심리학, 정신분석, 사회언어학, 철학 등 모든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으면서 모종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이므로 이를 중요 연구과제로 선정한다.

두 번째 예시는 이차 정서에 대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정서 연구의 대부분은 기쁨, 분노, 공포 같은 기본 정서에 대한 연구에 치중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주로 경험하는 수치심, 죄책감, 질투, 자긍심 등과 같은 이차적(복합적) 정서에 대한 연구는 훨씬 부족하다. 이차적 정서는 기본 정서보다 훨씬 복합적인 정서를 나타내는데, 이와 관련하여 심리학뿐만 아니라 편견이나 차별과 같은 사회학 혹은 사회심리학적 주제를 가지고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천착하여 논의를 해 보고자 한다.

 

1. 이차 정서에 대한 언어 표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어 간 공통점이나 차이점에 대한 연구

2. 심리학적 관점의 실험적 연구에 나타난 이차 정서의 특징과 종차 및 문화차

3. 자연언어처리나 기타 컴퓨터 과학적 관점에서 이차 정서를 어떻게 분류하고 그 분류는 얼마나 성공적인가 등등

4.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이차 정서의 생리적 측정에 대한 최신 연구 논의

이렇게 4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어 세미나를 구성한다면 단일 학문의 연구로서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는 이차적 정서에 관한 획기적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